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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안소연 │ 점으로부터 무한으로의 여정
2023
Soyeon Ahn │ Journey from point to infinity
2023
Malene Vest Hansen │ Transcultural Weaving
2023
Keumhwa Kim │ Bottari as a Fluid Canvas and Sculpture
2023
Galeries Lafayette │ Kimsooja To Breathe
안소연 (아뜰리에 에르메스 아티스틱 디렉터)
2023
Kimsooja
사실 제가 빛이 전혀 없는 어둠 속에서 빛을 생성하고, 다시 그것을 반응하게 하는 작업을 이제까지 한 적이 없었습니다.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2013)에서 완전한 어둠과 무반향의 공간을(anechoic chamber) 빛의 공간과 대비하여 보이기는 하였지만요. 그런데 규모가 4,400sqm나 되고, 3개의 챔버(chambers)로 나누어져 있는 시스턴(Cisternerne)이라는 특수한 옛 지하 저수지 공간에서 작업을 해야 했고 그곳은 늘 100%의 습도를 유지하는 물이 항상 존재하는 특수한 공간이었습니다. 우리는 그곳의 물을 거의 다 뺄 수도, 채울 수도 있었습니다. 첫 번째 챔버로 내려가면 바닥이 젖어있어 습기로 가득차 있고, 두 번째 챔버는 첫번째 챔버에 비해 더 물이 고여있고, 세 번째는 조금 더 물이 차있는 상태를 유지하였습니다. 저는 어둠과, 거울을 대신하는 물, 그리고 그 세 개의 챔버를 거니는 과정 전체를 하나의 경험의 스펙트럼으로 생각하고, 그 상황을 어떻게 가장 잘 해석하고 구현하여 관객들에게 어떤 특별한 경험을 줄 수 있을지를 고민했습니다. 그 결과, 제가 그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인공의 빛을 어둠 속에 드리우는 작업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동안 어떤 오브제나 새로운 공간을 만들고 건축적인 요소를 새로 제작하는 작업이 아닌 주어진 공간 조건 속에서 최소한으로 개입하여 최대한의 경험으로 응답한다는 입장으로 작업을 지속해 왔습니다. 시스턴의 공간 형태는 보르도의 CAPC와 비슷하게 붉은 벽돌의 아치 형태로 되어있습니다. 이 어둠 속의 공간에서 저는 비어있는 아치형태의 건축적 공간을 빛의 따블로(tableau)인 아크릴릭 패널을 행잉(hanging)하여 전체 공간에 설치하였습니다. 저는 보통 기존의 유리창이 있는 아치 형태의 구조물에 회절 격자 필름(diffraction grating film)을 붙여서(wrapping) 사용하곤 했는데, 이번에는 유리창 대신에 총 48개의 대형 아크릴릭 패널을 설치하여 회절격자 필름을 부착했습니다. 그리고 각각의 공간과 시점, 위치에 따라 각기 다른 라이트 소스(light source)를 사용하고 세심하게 각도와 빛의 강도를 조절하여 각기 다른 빛의 스펙트럼을 연출했고, 저는 이 전체 공간을 하나의 빛의 실험실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빛의 실험실에서 저는 시작점으로부터 세 번째 방에 이르기까지 관객들이 점점 확장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공간을 연출했습니다. 두번째 챔버 부터는 10cm에서 20cm 가량 물이 차 있었기 때문에, 관객이 걸을 수 있도록 나무로 된 보도를 사용해 물 곁에 접근할 수 있도록 했고, 빛이 필름을 통과하면서 거울효과로 확산되는 물의 반향을 통해 무지갯빛 향연을 보일 수가 있었는데 관객이 물가를 걸을때 나무패널의 진동으로 인하여 잔물결이 일면서 멀리까지 이동하는 것을 볼 수 있어 흥미로왔지요.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챔버에서는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하나의 스펙터클(theatrical spectacle) 처럼 다양한 스펙트럼의 빛의 파노라마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설치했습니다.
이곳이 일년 사시사철 100%의 습도를 가진 공간이기 때문에 겨울에는 매우 춥기도 하고, 물이 가득찬 공간에서 전기조명을 설치한다는 것이 도전적인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극도로 어려운 공간조건에서도 그곳의 스태프들의 오랜 작업의 경험으로 예상 밖의 결과를 성취하였습니다. 저는 이번 프로젝트가 그동안의 빛작업을 통합하면서 빛 작업의 새로운 챕터를 열어주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Soyeon Ahn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빛의 실험실로서, 이제는 인공광을 이용한 프로젝트도 가능한 하나의 새로운 챕터라고 말씀하셔서 굉장히 흥미롭고 또 앞으로가 더욱 기대됩니다.
Kimsooja
또한 특이할 만한 사항은 개념적으로 제가 이 전시의 타이틀을 ≪Weaving the Light≫라고 명명했다는 겁니다. 빛을 엮는다는 개념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이죠. 40년간의 지난 작업 과정을 통해 저는 바느질하기(sewing), 엮기(weaving), 그리고 감싸기(wrapping)라는 텍스타일과 연계된 행위와 실험들을 숨 쉬고 바라보고 걷는, 또 가사노동과 씨 뿌리는 일상적인 행위들을 통해서 개념을 발전시켜 왔는데요, 이번에는 그 빛 자체를 직조하는 행위로써 구현했습니다. 말하자면 빛이 스스로를 직조하고 있지만 마치 내가(혹은 관객이) 빛을 직조하는 것처럼, 직조의 주체를 사람으로 의인화해서 빛의 스펙트럼이나 바늘의 형상, 기능 등을 연계하고 그 공간 안에서 적극적으로 읽고 경험할 수 있게 했습니다.
Soyeon Ahn
그동안의 작업들은 주로 자연광을 이용한 작업들이었기 때문에 작가가 그 작업에서 추구하는 방향과 실제 자연광이 시시각각으로 변하면서 만들어 내는, 컨트롤할 수 없는 상황이 만나는 부분이 있었는데요. ‘빛의 실험실’이라는 개념처럼 이번 작업을 계기로 빛이 없는 곳에 작가가 인위적으로 빛을 가져와 직조하여 보다 적극적인 개입을 시작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Kimsooja
빛을 컨트롤한다는 게 새로운 요소였고, 그 과정을 통해 관객의 의도하지 않은 퍼포먼스로 인해 무한한 빛의 언어가 탄생하는 지점이 특히 흥미로웠습니다.
Soyeon Ahn
새로운 시도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동안의 작업을 돌이켜보면 김수자 작가는 ‘빛'을 매우 중요한 매개체로 다루어 왔습니다. ‘빛’과 관련한 작업을 하는 몇몇 작가들이 있습니다만 그들의 작업이 어떤 형태와 조형으로서의 결과를 도출했던 반면, 김수자 작가의 빛은 규정되지 않은 공간에 관한 것입니다. 전시장으로 주어진 건축물의 창을 일종의 경계로 설정하여 안과 밖의 공간 모두를 다루는 양상을 보입니다. 빛을 통해서 무한의 가능성을 바라보게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빛을 다루게 된 계기나 빛에 대한 생각을 조금 더 공유해 주십시오.
Kimsooja
사실 색에서 빛으로 넘어가는 전환을 처음 시도한 것은 극장 조명을 처음으로 사용한 2003년 뉴욕의 The Kitchen에서의 콜라보레이션에서 였고, 이후 극장조명을 포터블 형식으로 재현한 비디오 프로젝션을 통해서였습니다. 뉴욕에 있는 The Kitchen이라는 곳에서 Linda Yablonsky가 기획한 ‘Spotlight Reading’에서 To Breathe – Invisible Mirror / Invisible Needle의 원형이 된 무대조명을 처음으로 스크린에 프로젝션하면서 하나의 스테이지 작업으로 선보였습니다. 이 작업이 나오기 전에는 MoMA PS1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천과 사다리, 스파게티 뽑는 기계 등의 오브제를 사용한 초기 작업(연역적 오브제, 1993)에서 전구를 처음 도입했고, 또 안소연선생님과 함께 일한 ≪호랑이의 꼬리≫에서도 색이자 물질인 천을 오래된 창고벽의 구멍들에 꽂고 보따리 작업을 구석에 설치해 놓은 작업과 함께 형광등을 벽에 기대어 놓았었지요. 그 이후에 레이나 소피아 크리스탈 팔라스(Crystal Palace, Museo de National Reina Sofía)에서 처음으로 자연광을 이용하여 회절 필름(diffraction film)을 사용한 To Breathe – Mirror woman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이 바로 저에게는 회화에 있어서의 질문들, 즉 페인팅에 있어서 캔버스천의 날실과 씨실의 십자 표면과 구조에서 파생된 모든 작업의 기반들이 회절 필름이라는 또하나의 무수한 나노스케일의 십자형 스크레치라는 프리즘을 통해서 무지갯 빛으로 변환된 하나의 전환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때부터 제 작업이 색에서 빛으로 개념과 차원을 확장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회절 필름을 사용하게 된 것은 70년대 말과 80년대 초반부터 늘 천착해왔던 평면의 또는 세계의 구조, 언어와 정신의 구조로써의 수직과 수평의 십자기호(crucifix)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제가 대학원에 다닐 때 논문까지 썼듯이 그것이 어떻게 독창성을 추구하는 현대미술에서 과거 고대미술에서부터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주요 화가들의 어느 시점에서 지속적으로 제시되어 왔는가(regenerate) 하는 것에 주목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건축, 가구, 한글의 구조를 또 자연의 제현상을 매우 주의 깊게 관찰하고 연구하고 있었어요. 그것이 결국은 제가 질문하고 있었던 회화에 있어서의 평면성, 그리고 회화의 표면과 구조의 문제를 조금 더 심도있게 질문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회절 필름의 1cm 안에는 거의 나노(Nano) 스케일의 약 5천 개의 수직과 수평으로 된 스크래치가 있고 그것이 프리즘으로 작용을 함으로써 빛이 그 면에 닿는 순간 회절되고 투과되며 반사되어 실을 뽑듯이 Wave length를 따라 오방색의(Obangsaek) 빛줄기를 탄생시키는 것입니다. 제가 오랫동안 천착해왔던 세계의 구조, 표면의 구조와 연계된 질문과 이 회절 격자 필름을 사용한 빛으로의 나아감은 사실 필연적이었다고 봅니다. 그때부터 빛으로의 여행이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작가들이 사용하는 빛과 제가 사용하는 빛의 근거는 아주 다르다고 볼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보다 미술사적인 맥락에서 근본적인 구조이자 재료로써 빛을 사용한 것입니다.
크리스탈 팔라스 작업의 경우는, 제가 이제껏 싸온 보따리를 건축물로 전환시켰다는 점에서 조금 더 결정적인 전환점이 되는 작업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투명한 건축물을 필름으로 감싸서 그것이 하나의 건축적인 보따리(Bottari)가 된 것입니다. 보이드를 싸고, 빛과 퍼포머들의 삶이 만나게 되면서 살아있는 사람들의 보따리라고도 할 수 있지요. 삶이 그안에 있는.
Soyeon Ahn
네. 말씀하신 특별한 직조의 개념을 확장시켜 새로운 재료나 건축 구조물을 사용한 것에 덧붙여 김수자 작가는 거기에 To Breathe라는 전제를 달고 있습니다. 작가만의 독특한 비전이 아닐 수 없는데요, 이전부터 그 전제를 중시했기 때문에 물리적인 공간 자체가 지금 말씀하신 삶과 연관이 되고, 그래서 그 안에서 우리가 함께 호흡하고 느낄 수 있는 가능성을 얻게 되는 거지요. To Breathe라는 개념을 도입을 하고 천착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십시오.
Kimsooja
다시 말하자면 회절 격자 필름을 사용한 것은 제가 이 재료 자체를 하나의 천(textile)으로 보았다는 것, 그래서 개념적으로는 보따리 싸기(wrapping bottari) 내지는 건축적인 보따리라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쉽게 접근하자면 그 안에 있는 모든 요소들, 즉 실내외의 빛, 그리고 공간 안에 거울을 설치하고 호흡하는 사운드, 즉 들숨과 날숨이 끊임없이 교차되는 호흡하는 소리(breathing sound)를 넣었는데, 말하자면 날숨이나 들숨이 정지되는 순간을 우리는 죽음이라고 봐야할 겁니다. weaving이나 sewing과 마찬가지로 경계를 넘나드는 현상으로서의 들숨과 날숨을 담은 이 작업을 삶과 죽음을 잇고 self와 the other self를 잇는 작업이라고 봅니다.
제 작업은 늘 수직과 수평을 근간으로 해서 차원과 개념을 확장해왔고, 이원성(duality)의 문제는 끊임없이 진화하는 중요한 하나의 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금 더 설명하자면 이원성이 이원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무한대로 생성되고, 변화하고, 소멸되고, 변이되면서 재해석 되어 이것이 또 다른 세계를 창출하는 의미에서의 이원성을 말합니다. 제 인식의 한 축에 기반하여 저의 개념적인 진화가 가능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자주 아이디어는 불현듯, 번개처럼 떠오르지만요.
Soyeon Ahn
작업 자체가 거대한 보편성으로 나아가기 때문에 자칫하면 우리의 개별적인 삶과 거리감이 생길 수도 있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업이 실제 살아 숨 쉬는 것처럼 지금의 삶과 연결되는 이유는 이전의 바늘 여인과 같이 작가가 거기에 호흡하기의 개념을 부여했기 때문에 공간 자체가 유기체처럼 경험하는 이의 현존과 함께 하는 것 같았습니다.
Kimsooja
또다시 저의 80년대 초의 논문 이야기로 돌아가게 되는데, 그때 제가 수직과 수평, 십자형 기호의 보편성과 유전성에 대해서 글을 썼습니다. 저는 모더니즘부터 그 이후의 현대미술에서 수많은 작가가 십자가를 거쳐오는 작업의 과정을 겪었다는 것, 그것에 굉장한 의문을 가졌습니다. 현대미술이 독창성과 독자성을 추구함에도 불구하고 무엇으로 인해 제 자신을 포함해 그 많은 작가들이 생애의 어떤 한 시점에 이 십자를 만나게 되는가에 대해 질문하고 이를 찾아보았습니다. 그 결과, 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의 마음의 원형, 만달라(Mandala)에 다다랐어요. 심상의 형태가 십자가에서 시작해서 점점 확산되는 형태로 나가는데, 그것을 저는 심리학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조형 예술측면에서 도일하게 적용해 보았습니다. 결국 우리 마음 안에 그러한 구조가 있기 때문에 본질에 다다르려고 노력하는 많은 작가들이 어느 한 시점에는 필연적으로 십자가를 만날 수 밖에 없다는 이해에 다다른 것이지요.
To Breathe라는 제목은 이러한 형이상학적인 접근과 물질적인 해석(metaphysical & physical interpretation)이 제 작업에서 함께 전개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볼때 보따리 작업 역시 보따리가 갖는 천의 평면 또는 입체의 형식적인 측면과 몸의 탄생과 죽음, 기억과 삶의 애환을 담아낸 하나의 오브제로서 양자를 같이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두 축이 병행된 질문을 계속함으로써 관객과 작업을 가까이 둘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해, “Weaving is breathing and breathing is living.”이라는 사유의 전환으로 저의 삶과 형식에 대한 태도를 대변할 수 있겠습니다.
Soyeon Ahn
개인적인 질문 하나 하고 넘어가도 될까요? 최근에 돌아가신 부군께서 정신과 의사셨는데, 서로 간에 많은 대화를 나누시고 또 영감을 주고 받았으리라 생각이 듭니다. 제가 플라토(Plateau)에 있을 때 혼자 제 전시를 보러 오셔서 산해경(山海經)책을 남겨놓고 가신 적이 있어요. 그 정도로 미술에 대해서도 관심이 있으셨는데, 김수자 작가가 평소에 가지고 있는 인간과 우주, 수직과 수평에 대한 개념을 혹시 서로 간에 공유하고 대화를 나누신 적이 있을까요?
Kimsooja
오랜 시간을 통해 끊임없는 대화가 오간 건 사실이지만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는 제가 대학원 논문을 쓰고 있을 때였고, 그 당시는 미술에 관해 서로 자세한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고 그도 미술을 가까이서 접할 기회가 거의 없었던 걸로 압니다. 하지만 삶과 몸, 또 정신의 본질적인 문제를 늘 화두로 안고 살아간 사람이지요. 그런데 사실 예전에 저의 오브제 작업 중에 Deductive Object – Remembrance (1990)라는 작업이 있었는데, 불교에서 스님들이 좌선할 때 쓰시는 먹색 누비 깔개에 에이프레임 지개에 딸려있는 나무 지팡이와 작은 헌 천조각을 공처럼 엮어 매달고, 넝쿨 모양의 스틸 프레임 장식을 붕대로 감아 기대놓은 작업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남편은 그것을 보고 본인은 완전히 저의 예술을 믿기로 했다고 했고, 그것을 완전히 정신과적인 교과서라고 생각한다고 한 적이 있습니다.
Soyeon Ahn
작가님이 본인의 생각을 시각적으로 구현해 주는 사람이었나 봅니다. 사실 김수자 작가의 작업에는 특정 종교가 반영되지는 않지만 종교적인 부분이 복합적으로 들어오기도 합니다. 앞에 언급한 빛을 이용한 작업이 아무래도 주어진 건축물의 유리창을 활용하는 것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스테인드글라스의 전통과도 맞닿은 것으로 보입니다. 프랑스 메츠(Metz) 대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를 제작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보통 전시를 기획하는 경우와는 다른 매우 특별한 경험이었을 것 같은데, 그 경험을 공유해 주시기 바랍니다.
Kimsooja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 중의 하나로 알려진, 그 생테티엔 드 메츠 성당(La cathédrale Saint-Étienne de Metz)의 영구 스테인드글라스를 제작하게 된 것은 굉장한 영광이었습니다. 동시에 워낙 유구한 역사가 담긴 공간이었기 때문에 굉장한 부담을 갖고 작업을 한 것도 사실입니다.
처음에는 나노 폴리머(nano polymer)로 실험적인 작업을 하려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실제 공간에서 이 재료를 테스트해 보니 가시거리가 너무 멀어서 나노 구조가가 가진 디테일한 아름다움이나 빛의 움직임을 보이기가 어려웠습니다. 더군다나 역사적인 기념물을 관리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커뮤니티는 아무래도 전통을 중요시하고 지속성을 담보해야했기 때문에 신물질인 나노 폴리머 재료의 사용 승인을 받는 것에도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여러 이유로 인해 저는 있는 그대로의 수공의 고대 유리(ancient glass)에 새로 개발된 다이크로익 유리(dichroic glass)를 함께 사용하는 대안을 마련했습니다. 그래서 다이크로익 유리가 무지개색을 드러내며 걸어가는 방향에 따라 다르게 보이게끔 하기 때문에 이것이 제게는 깨어지기 쉬운 나노 폴리머를 입힌 글라스를 쓰는 것 보다 좋은 해결책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고전적인 스테인드글라스와는 다른 새로운 방식을 제시하게 되었고, 이것은 저에게도 의미가 있었습니다. 특히 스테인드글라스를 제작했던 아틀리에 파로(Atelier Parot)는 노트르담 성당을 복원(renovate)하는 팀이었습니다. 최고의 협업자들과 과정을 함께하며 좋은 경험을 했고, 이는 제가 유리라는 물질(material)에 새로 진입을 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최근에도 유리 작업에 계속해서 관심을 갖고 실험하는 중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가톨릭 성당에서 이루어졌지만, 사실 저는 모든 종교에 대해 포용적인 태도를 갖고 있습니다. 물론 저의 양가가 대대로 가톨릭이고, 저 또한 한때 가톨릭 학교를 나왔기 때문에 성당이 익숙하고 편안한 공간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스테인드글라스의 색을 정하는 데 있어서는 여전히 오방색을 적용했습니다. 오방색이라는 것이 결국 도교(Taoism)나 유교(Confucianism), 심지어는 불교(Buddhism)에도 나오는 색의 영역이고, 방위나 차원이기 때문에 오방색과 성당의 만남은 어떻게 보면은 서양의 무지개와 동양의 오방색의 흥미로운 만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성당 유리창의 원래 구조가 다이아몬드 형태였는데 불교에서는 다이아몬드 형태가 자아가 완성된 단계를 상징하기 때문에 제게는 굉장히 흥미로운 지점이었습니다. 이렇게 저의 해석을 거쳐 다른 요소들을 병치시키는 것이 역사적인 기념비에 대한 급진적인(radical) 접근일 수도 있었는데 성당에서는 포용적으로 잘 받아주었습니다.
Soyeon Ahn
같은 개념으로 푸아티에(Poitier) 전시 ≪통과 \ 김수자(Traversées \ Kimsooja)≫를 통해 푸아티에 노트르담 성당에 설치했던 Solarescope라는 작품에서도 오방색을 쓰셨습니다. 함께 공존하지 못할 것들을 포용하는 개념이 들어 있었던 것으로 이해했습니다. 이야기를 나누고 보니, 저와 함께 플라토 삼성미술관 ‘지옥의 문’ 앞에 설치한 Lotus: Zone of Zero작품이 떠오릅니다. 천장에 매단 거대한 연등 사이로 사운드 작업이 함께 울려 나왔는데, 각 종교의 성가(chant)들을 수집해서 한꺼번에 들려주는 작업이었습니다.
Kimsooja
그렇습니다. 플라토에서 했던 작업 역시 티베트 불교 성가, 그레고리안 성가, 그리고 이슬람 성가를 같이 들려주는 작업이었고, 시각적으로는 만달라 연등을 보였습니다. 어떻게 보면 불교의 포용적인 태도를 그 안에 담는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것을 넘어서 모든 종교가 화합하고 이상적인 세계로 전향하는 것을 말하고자 했습니다. 그 작업은 이라크 전쟁과 같이 종교로 인해 많은 전쟁이 일어나고 갈등이 전 세계를 뒤흔든 이후의 작업이기도 했습니다. 세계의 공존과 평화에 대한 저의 메시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푸아티에 작업은 사실은 예전에 2003년 제2회 발렌시아 비엔날레에서 처음 했던 Solarescope라는 전쟁에 의해 파괴되어 폐허가 된 어떤 건물의 외벽에 오방색이 서서히 변환되는 빛 프로젝션을 하는 작업으로부터 시작된 것이었습니다. Solarescope는 여지의 땅이라는 개념이라고 합니다. 건물의 벽면에 빛을 영사하고 그 벽면을 강조함으로써 그 이외의 공간을 드러내는, 이분법적인 공간의 공존을 드러내고자 한 작업이었습니다. 표면을 강조한 작업인데 사실은 노트르담 성당(L'église Notre-Dame-la-Grande) 설치 전시가 끝나면서 기부를 해서 매해 크리스마스 때마다 프로젝션을 하기로 했습니다.
Soyeon Ahn
빛을 매개로 한 작업의 규모가 특정 장소를 다루는 것에서 규모를 한정지을 수 없는 공간으로 확장하는 사례는 2010년에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처음 선보인 지수화풍이라는 작업이었습니다. 그것은 자연 그 자체, 또는 자연의 사원소에 대한 개념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가장 근원적이면서도 가장 포괄적인 작업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지수화풍의 각각의 작품 제목에서도 깊은 의미가 담겨있었는데 사원소가 서로 간에 엮이며 직조하는 것을 제시했었습니다.
Kimsooja
사원소는 말하자면 물은 물이 아니고, 또 불은 불이 아니라는 개념입니다. 물이 항상 불에 기대어 있고, 공기에 기대어 있고, 또 땅에 기대어 서로 연대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불교의 연기설이 말하듯 하나이지만 홀로 서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과 같습니다.
이를테면 저는 물의 땅(Tierra de Agua, Earth of Water), 즉 잔잔한 물이 바닷가에서 끊임없이 찰랑이는 것을 보면서 산의 풍경을 떠올리면서 거기서 땅을 보았고, 이처럼 땅과 물, 불과 땅, 공기와 불 등 요소들을 순열 조합하듯 연계시킴으로써 생각을 발전시켰고, 제 작업의 중요한 근간이 되는 자연과 물질의 관계를 보여주는 개념으로 전개했습니다.
Soyeon Ahn
우리가 빛과 공간, 자연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끊임없이 김수자 작가의 핵심적인 철학이 담긴 바늘과 보따리를 연상합니다. 이미 수많은 인터뷰에서 언급하셨겠지만 작업의 출발점이자 핵심 아이디어라고 할 수 있는 바늘과 보따리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싶습니다. 철학적으로 보편성을 담은 작업세계도 작가 본인이 직접 경험한 작은 행위들, 바느질과 관련된 개인적이고 실제적인 경험과 연계됨으로써 진정성을 확보한다고 생각합니다.
19800년대의 한국 미술아카데미 분위기는 매우 경직되어 있었고, 획일적이고 남성 중심적이었는데요, 그 당시 어떠한 각성들이 맹아가 되어 오늘날 김수자 작가의 작품 세계를 열게 되었는지 청년 작가로서 첫 발을 디뎠을 당시의 상황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Kimsooja
사실 70년대 중반부터 말, 80년대 초반에 이르기까지 저는 홍익대학교에서 학부와 대학원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홍익대학교 단색화 교수들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사실 저는 70년대 말부터 전위적인 실험을 하고 있었고, 몸을 통해 퍼포머티브(performative)한 사진 작업도 했습니다. 학교에서는 어떠한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태도로 다른 시각을 제시하거나 질문을 하기도 했고, 가끔 학교에서 문제를 삼기도 했지만 그것이 제 작업과 동료들의 작업과 의식에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당시에 제가 천착하던 세계에 대한 구조, 평면의 구조에 대한 관심과 질문을 제 모든 삶 안에서 해석하려고 하곤 했습니다. 더불어서 어떻게 하면 나로부터 필연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나만의 언어, 이제껏 미술사에서 나오지 않았던 어떠한 언어를 구현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다양한 재료적 실험을 했지만 자아 매체, 또 방법론과의 동질성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그러던 시기의 어느 날 어머니와 함께 이불을 꿰매는 일을 하면서 어떤 획기적인 바늘과 천과의 만남이 있었습니다.
다른 인터뷰에서 여러차례 언급한 것 처럼, 정말 바늘 끝이 부드러운 천에 닿는 순간 정말 전 우주의 에너지가 내 머리를 치며 손끝을 타고 바로 그 천과 바늘 끝에 다다른 것 같은 전율을 경험했습니다. 바늘과 천이 만나는 그 순간이 바로 제가 계속해서 고민해왔던 수직, 수평뿐만 아니라 모든 구조의 문제가 놓여있는 그 시작점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아, 이거다!’ 깨닫고 바느질 작업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바느질을 하면서 매우 충동적으로 또 자연스럽게 또 오브제를 랩핑(wrapping)하는 작업으로 넘어가게 되었는데, 사실 이 오브제 랩핑은 직관적으로 전개한 작업이었습니다. 어떤 개념을 생각하거나, 결과를 예상하며 한 행동이 아니라, 제가 그것을 해야만 했기 때문에 그 에너지를 가지고, 직관적으로 몰입해 랩핑을 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감는 작업 중에는 링 형태의 Untitled(1991)라는 제목의 작품이 있습니다. 저는 서클을 형성하는 그 휘어진 사각 프레임을 하나의 캔버스 프레임으로 간주했었습니다. 캔버스 프레임이 연결되어 링이 만들어지고, 이것이 공간을 소잉(sewing), 내지는 싸는(wrapping) 구조가 된 것이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작업들이 연결되고, 이것이 보따리 랩핑으로 급진전되었습니다. 사실 보따리는 제가 싸면서 발견한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보따리가 놓여있는 것을 보고 발견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후에 보따리 작업을 계속하다 보니 제가 계속 랩핑을 하는 것이 어찌 보면 결국은 보따리를 싸는 것과 같은 행위가 아닌가 하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다시 말해, 결국 보따리를 싸고 천을 오브제에 싸는 행위가 결국 바느질 행위와 같지 않나 하는 인식에 다다랐습니다. 천이라는 평면을 랩핑하는 행위가 소잉이었기 때문에 제가 오브제 랩핑을 할 수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보따리를 할 수 있었다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더라고요, 어느 순간.
그래서 모든 것이 저의 당시의 특별한 에너지와 개인적인 체험에 의해서 시작되고 이어졌지만, 이것이 동시에 너무나도 명확한 구조적 논리에 의해서 전개가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제 작업에 대한 확신을 주었고, 작업의 소스(source) 가 되어 To Breathe와 같은 작업도 탄생했다고 생각합니다.
Soyeon Ahn
사실 1970년대에서 80년대로 넘어가면서 한국 미술사에도 커다란 방향 전환이 있었습니다. 다양성이 특성인 오늘날의 상황과는 달리, 당시는 한국적 모더니즘의 형식인 단색화의 큰 흐름이 1980년대에 민중 미술로 대체되었습니다. 커다란 흐름이 다른 흐름으로 뒤덮어 버려 방향이 다른 시도들은 거의 불가능한 시기였는데요. 김수자 작가의 경우는 모더니즘이 가지고 있는 한계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반항하며 그에 대해 하나의 탈출구를 마련하면서도 민중미술이라는 가부장적인 큰 흐름에 휩싸이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민중미술은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역할을 했지만, 미술 내적으로는 어떠한 대안도 제시하지 못한 측면이 있습니다. 반면, 김수자 작가는 그 새로운 시대정신에 공감해서 여성주의적인 시각이나 노마딕한 시대의 상황 등을 적극적으로 표출하면서도 그것을 본인이 오랜 시간 고민해 온 조형 형식 속에 녹여냈습니다. 그렇기에 아티스트로서 굉장히 중요한 독자적인 발걸음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Kimsooja
저는 민중미술뿐만 아니라 집단적인 어떤 움직임이나 행위를 굉장히 꺼려했고 제 체질에 맞지 않았습니다. 사실 민중미술이 막 시작될 무렵 현재 민중미술의 중요한 핵심이 되는 멤버들과 대학원시절 스터디 그룹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 친구들이 저와 함께 무언가를 해보려고 했지만, 저는 거기에 함께하기보다는 나만의 독자적인, 홀로 가는 길을 가기로 했습니다. 물론 대학시절 단색화의 영향이나 남성중심적인 분위기도 영향을 주었겠지만, 당시 제가 70년대 중후반 한국의 아방가르드의 움직임을 경험하고, 앙데팡당과 같은 활동도 한두 번 같이 하면서 실험미술에 계속해서 관심을 가져왔기 때문에 그러한 결정이 가능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실은 단색화 교수나 작가들이 후기 젊은 작가들을 같이 끌어들이려고 했던 그런 태도에 대해 저항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제가 단색화 자체를 글로벌하고 보편적인 작업으로 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러했던 것도 있고, 개인적으로 예술에 있어서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태도나 접근에 조금 더 가치를 두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단색화와 민중미술이라는 기존의 두 축이 현실적으로는 큰 영향을 주고 있었던 게 사실이었죠. 그래서 고독한 혼자만의 길을 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구요.
Soyeon Ahn
단조로운 화단의 분위기가 작가로 하여금 반발력을 가지고 스스로의 길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의미로 이해했습니다. 보따리는 그것을 묶으면서 의미를 발견한 것이 아니라 있는 것을 ‘보고’ 발견하셨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인지 보따리 작업 또는 그와 연관된 작업에는 항상 연역적 오브제라는 타이틀이 붙습니다. 그렇게 제목을 붙이신 이유에 대해서 조금 더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Kimsooja
사실 연역적 오브제(Deductive Object)라는 작품명은 제가 90년대 초반에 랩핑 시리즈를 하면서 처음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저는 농기구나 일상의 오브제들, 우리의 가옥 등에서 십자구조를 발견하는 것에 흥미가 있었고, 랩핑작업은 그 구조를 재확인하는 것이었습니다. 구조를 변형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재확인하고, 다시 원형으로 되돌리는 작업이라는 의미에서 연역적 오브제라는 작품명을 썼던 것입니다.
사실 이전부터 스튜디오에 많은 보따리를 가지고 있었지만, MoMA PS1 스튜디오에서 우연히 고개를 돌렸을 때 그곳에 놓여 있던 붉은색 보따리 하나를 보는 순간부터 보따리를 하나의 전위의 새로운 오브제로 자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제 주변에 많이 가지고 있었지만 이전에는 보따리를 그렇게 보지 않았던 것이지요. 제가 이용하기 위해서, 무언가를 싸기 위해 소장하고, 이동하려고 썼던 물건이었는데, 그 순간 저는 보따리가 가진 놀라운 의미와 조형적인 요소를 발견한 것입니다.
Soyeon Ahn
보따리는 있는 그대로, 그 자체로 완성된 것으로서 의미가 있지만, 그것을 묶기도 하고 펼치기도 하는 행위를 통해서 관객들과의 접촉면을 늘리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관객이 참여할 수 있는 작업도 여러 번 진행하셨는데,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면 각각 양상이 매우 다르고 또 다양한 것 같습니다. 1995년 제1회 광주 비엔날레 당시, 광주 희생자들을 위해서 언덕에 펼쳐 둔 보따리와 의복들은 저의 마음속에 너무나 슬프고 강력하게 각인이 되어 아직까지도 큰 감동을 줍니다. 그런가 하면 세타가야 미술관이나 다른 해외 미술관에서는 커피 테이블에 이불보를 덮음으로써 이불보가 가지고 있는 환희로운 순간을 관객들과 함께 나누는 등 즐거움의 이미지가 강합니다. 또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 2016 : 김수자- 마음의 기하학(MMCA-HYUNDAI MOTOR SERIES 2016: Kimsooja - Archive of Mind)≫에서는 더욱 적극적으로 관객의 참여를 이끌어 관객으로 하여금 작품의 일부를 만들게 했습니다. 관객은 김수자 작가에게 어떤 존재인지 궁금합니다.
Kimsooja
질문에 답하기 전에 우선 보따리에 사용된 이불보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세타가야 미술관의 카페 테이블에 놓였던 이불보는 우리나라의 신혼부부들이 사용했던 버려진 이불보를 주로 많이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이 이불보는 눈부시게 화려한 색들로 이루어져 있고, 또 보색대비으로 인해서 더욱 눈에 띄는 색의 스펙트럼을 보이기도 합니다. 더불어 장수, 사랑, 행복, 재물, 다산 등을 상징하는 한자나 수가 놓아져 있고 꽃, 나비, 사슴이나 복주머니 등 우리가 살아가면서 함께하고픈 상징적인 기원의 기호를 담고 있습니다. 그것들은 주로 신부 어머니의 간절한 마음을 담아 선물로 주어지는 것인데, 사실 삶의 현실은 그렇지만은 않지요. 오히려 회한의 이불보가 될 수도 있겠지요. 삶이 항상 아름답고, 화려하고, 행복한 것만은 아니기 때문에 보따리를 싸는 천도 외면은 화려하지만 그 자체로 반대급부를 제시하는 모순을 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세타가야 미술관의 커피 테이블에 놓인 이불보도 사실 삶의 모순된 현실을 제시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이를테면 이부자리에서 음식을 먹지 못하는 것과 같이 금기시되는 것들을 하나의 평면 작업이자 페인팅으로 제시한 것입니다. 더불어 만나고, 먹고, 대화하는 사람들의 활동이 보이지 않도록 사각형의 공간에서 일어나게 함으로써 보이지 않는 랩핑이라는 개념으로 작업을 전개한 것입니다. 저는 항상 보따리 이불보를 우리 삶의 프레임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보따리가 실질적으로 쌓이고 펼쳐지는 것이 결국 우리의 삶이 쌓이고 펼쳐지고 전개되는 현장(site)과 닮아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세타가야 미술관의 관객들이 이불보 주변에서 일으키는 행위를, 또는 광주비엔날레의 관객들이 존 레논의(John Lennon) '이메진(Imagine)' 음악을 들으면서 헌옷 위를 걷거나 보따리를 메고 푸는 행위를 허용한 것입니다. 말하자면 관객들의 참여를 수용하고, 저는 제3자의 시각으로 그들의 행위를 바라보는 또 다른 하나의 논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베니스비엔날레나 크리스탈 팔라스에서의 작업도 저는 하나의 퍼포먼스 작업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자발적이고 의도되지 않은 퍼포먼스이고, 단지 작가인 저만이 보고 있었던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의 초상권 등을 고려해야하기 때문에 촬영해서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그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사람들의 모든 활동들, 삶 자체를 이미 의식되지 않은 퍼포먼스로 보는 것입니다. 이러한 요소들을 고려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마도 제가 Archive of Mind와 같은 관객 참여 작업을 보다 적극적으로 제시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Soyeon Ahn
오늘 저희가 시간을 종횡무진하면서 여러 중요한 작품들과 개념들에 대해서 짚어봤습니다.
이제 다시 현재로 돌아와 최근 전시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전체 대화를 마무리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올해 초 멕시코의 푸에르토 에스콘디도(Puerto Escondido) 지역의 매우 특별한 공간에서 ‘자오선’이라는 개인전을 열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전시가 이 공간의 개관 전시였다는 말을 들었고요. 공간에 대한 소개와 함께 그 공간에 어떻게 대응하고자 했는지 전시의 개념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Kimsooja
사실 이 공간의 명칭이기도 한 메리디아노(Meridiano)는 스페인어로 ‘자오선’를 뜻합니다. 공간이 너무나도 미니멀하고 명징적(definite)이면서 아름다웠지만, 이 ‘자오선’이라는 수직성이면서 원형인 명제 자체가 저한테는 굉장히 영감을 주는 질문이었습니다. 굉장히 흥미로우면서도 이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제시할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했습니다. 그 당시 저는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서 장소를 직접 보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무언가를 결정하고 보인다라는 것이 굉장히 조심스러웠습니다. 그래서 그곳에 실제로 가기까지 아무런 아이디어를 내놓지 않았습니다. 대신 Axel Vervoordt 갤러리의 Boris Vervoordt와 “Let’s take a risk.”라는 합의 하에 열흘 정도 그 주변에 가서 생각해보고, 어떠한 대안을 찾으면 작품을 보이고 그렇지 않으면 그냥 공간을 오픈한다는 조건으로 그곳에 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열흘 동안 바닷가에서 파도 소리를 듣고, 산책을 하고, 멕시코의 따가운 햇살을 받은 초목들을 또 밤하늘을 바라보면서 그곳을 체험하면서 그 미니멀한 공간 안에 태양이 그리는 선들, 태양과 이 공간이 만나는 지점, 그 끊임없이 변하면서 형성되는 빛과 그림자의 기하학적인 선들이 너무나도 흥미롭고 아름다웠습니다.
저는 전시가 시작되지 않은 상태, 그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의식을(ceremonial) 치르듯이 나홀로 존재하고 싶었습니다. 해와 지면이 만나는 공간에서 변화하는 빛의 각도에 조응하면서 저라는 수직의 존재를 극명하게 드러냄으로써 각기 다른 자오선(Meridiano)이라는 지오메트리(Geometry)를 부여한 것입니다. 이 시리즈는 일련의 퍼포먼스 사진 작업이 되었습니다. 이것은 하나의 공간을 조우하는 저만의 의식(ceremony)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후 제가 유일하게 남겨놓은 작업은 그 지역에서 발견한 바윗돌을 검은색으로 칠에서 그곳에 들어가는 첫 번째 공간에 놓는 것이었습니다. 시간성과 물질성을 최대한으로 갖고 있는 바위라는 오브제를 검은색으로 칠함으로써 랩핑한 것입니다. 이것을 MMCA 현대차 시리즈에서 보였던 오방색 연역적 오브제 이후의 두번째 페인팅으로써의 연역적 오브제 작업이라고 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당시 작업에서 랩핑과 페인팅을 처음으로 만나게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다시 제가 페인팅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는 바위를 검은색으로 랩핑함으로써 보따리가 재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이후 오프닝 세레머니에서는 내부 갤러리 공간에서 무엇을 보여줄 것인지 굉장히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고민 끝에 잠을 자다가 꿈에서 불을 보았고, 불이 갖는 바위와의 대극적인 요소들, 즉 찰나성, 기화성, 수직적 사라짐의 기하학을 공간 안에 불을 피우는 작업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불을 피우는 과정도 재미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아래에 벽돌 구조를 깔고, 그 다음에 모래를 덮어 콘형태로 쌓고, 그 위를 다시 평평하게 깎아서 다시 나무를 격자형 구조로 엇갈려 피라미스식으로 집을 짓듯이 쌓았습니다. 그 다음에 불을 지펴서 천장이 연기가 하늘로 올라가고, 뚫린 천장을 통해 빛이 들어오면서 빛과 천장의 끝부분이 만나는 자리에서 타올라가는 빛과 연기의 기하학을 보여줄 수 있었습니다. 계속해서 형성되고 사라지고, 마지막에는 제가 사라지면서 결국 모든 것을 없애버리는 그런 퍼포먼스 작업이었습니다.
이 자오선이라는 것은 적도를 중심으로 90도의 수직적 원을 그린 선이고, 적도를 중심으로 끊임없이 존재하는 선입니다. 저는 이러한 자오선을 통해 기하학적이고 우주적인(cosmic)한 지구와 몸, 그리고 태양의 관계를 이야기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자오선의 수직성을 저의 몸이 대신한 것입니다. 이것은 어떻게 보면 저의 브라만다의 검은 돌에서 영감을 얻었던 연역적 오브제인 '우주의 알(Cosmic Egg)'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이 일련의 작업은 저에게는 보따리가 또다시 재탄생하게 되는 흥미로운 경험이었습니다.
Soyeon Ahn
공간이 워낙 특별해서 뭔가 한 것이 없다고 겸손하게 말씀을 하셨지만, 자오선이라는 개념을 가진 공간 안에서 시간과 공간, 빛과 그림자, 불과 공기, 자연과 인간이 조우하는 상태를 군더더기 없이 명확히 구현한 것 같습니다. 그 한 가운데서 펼쳐진 A Needle Woman 퍼포먼스와 연역적 오브제 한 점은 김수자 작가 예술 세계의 핵심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앞으로도 보는 이들의 사고를 확장하고 고취시키는 작업 기대하겠습니다.
─ Edit by Kimsooja Studio 27 Sep. 2023
Interview by Soyeon Ahn (Artistic Director, Atelier Hermès)
2023
Soyeon Ahn
─ It has been my great pleasure to witness the entire process of your work for almost 40 years. From the first time I saw your work in a group exhibition in the late 1980s, to the dialogues we had during our visits to MoMA PS1 in the early 1990s. I still remember vividly the time we spent together thinking about and working on “The Tiger's Tail” exhibition at the Venice Biennale in 1995, with Mr. Nam June Paik’s support.
Your work is characterized by an exceptionally meditative and intense energy that evokes a strong sense of empathy and comfort in the viewer. Above all, each of your works has a life force that continues to change with the passage of time. For example, your artworks from the 1980s and 1990s that reflect particular issues of the time can still be reread today as a contemporary work; same artwork can be reinterpreted from many different perspectives depending on the interests of the exhibition organizers, which I believe is the unique power your artworks possess. I am drawn to this process that starts with the needle meeting the fabric or object, leading to the issues of human network created by the act of sewing, wherein the notions of movement and envelopment of the bottari (fabric bundles) extend conceptually, beyond the human world and into the universe with nature and light. In attempting to provide an overarching definition to your work, one might describe it as a “journey from point to infinity.”
The world of your work is so contemporary and comprehensive that there is little point in mentioning the temporality of each piece. So perhaps let us begin today's dialogue with a recent project that you have been tackling, and take a trip through time more freely? Among your ongoing projects, I would like to start with your work Weaving the Light (2023), which is installed in the Cisternerne at the Frederiksberg Museum in Copenhagen. I heard that you introduced light into a space with no natural light at all, since the exhibition venue is a former underground water reservoir. Please tell us about your production process.
Kimsooja
I had never worked in the dark without light, creating light and reacting to it. This time, I had to work in an old underground reservoir called Cisternerne, which is about 4,400 square meters in size and divided into three underground chambers, and it is a special space where water always maintains 100 percent humidity. Of course, we could have drained all the water out, but we did not.
When I went down into the first basement space, the floor was wet and it was very humid, the second basement was full of water compared to the first room, and the third basement was full of water. I saw the darkness, the water as a mirror, and these three basement spaces as a whole as a spectrum of experience. I wondered how I could fully interpret and materialize the situation and give the audience something special to experience. As a result, I came up with the idea of bringing artificial light into the darkness, which I had never used before.
Until then, rather than creating new architectural elements such as objects or new spaces, I had worked with the attitude of a minimal intervention to given spatial conditions, responding with the maximum possible experience. The spatial form of the Cisternerne was the same as that of the CAPC Museum of Contemporary Art in Bordeaux, France, with arched brick walls. Within this dark space, I suspended acrylic panels, which are tableaus of light, throughout the arched architectural space. I had used diffraction grating films before on arched structures with glass windows, which we didn’t have this time. So instead of glass windows, I installed a total of 48 large acrylic panels to which I adhered diffraction grating films. We used different light sources for each space and position, and by slightly adjusting the angle and intensity of the light, we created spectra of lights that interacted with one another. In a sense, I considered the entire space as a single laboratory of light.
In this laboratory of light, I tried to create a space that would gradually expand the audience's experience from the starting point to the third basement. The second basement space is filled with 10 to 20 centimeters of water, so a wooden walkway was constructed to allow visitors to reach the water's edge and view a rainbow feast of light diffused on the surface of the water by a mirror-like effect as they walk by the films.
The space always has a 100 percent humidity, and because it’s very cold in winter and there is a lot of water, it was quite a challenge to install electric lighting. However, even under the most difficult spatial conditions, the project’s success exceeded my expectations, thanks to the wealth of experience of the site crew. I feel that this project is the culmination of all my past work in expression of light, but also marks a new chapter.
Soyeon Ahn
─ It is very interesting to see this new step forward in a project that uses artificial light, a laboratory of light. We can expect even more in the future.
Kimsooja
What is also special is that I conceptualized this work and titled the exhibition "Weaving the Light." This was the concept from which this project developed. In the course of my work over the past 40 years, I have developed and experimented with sewing, weaving, and wrapping, which are all acts related to textiles; it was done through breathing, looking, and walking, as well as the everyday act of domestic labor. This time, I tried to visualize light as an act of weaving. The light actually weaves itself, but I personified the weaving subject as if I (or the audience) were weaving and creating the light, and connected it to the spectra of lights, the shape and function of the needle, so that the audience can have a proactive experience within the space.
Soyeon Ahn
─ Your previous artworks had mainly used natural lighting, which makes it more of an encounter with uncontrollable situations, created by the artist’s direction and the actual natural light that is constantly changing. As with the concept of a "laboratory of light," I get the impression that with this artwork you have begun to intervene more actively, bringing light artificially into places where there is no light, weaving and creating, so to speak.
Kimsooja
Controlling the light is a new element, and I am particularly fascinated by the unintended movements of the audience created through this process, and the moment when an infinite language of light is born through performances.
Soyeon Ahn
─ It’s great to hear about your new experiments. Looking back at your artworks from the past, you have treated "light" as a very important medium. There are other artists that deal with "light," but usually the expression takes some kind of form or shape. Your artworks, on the other hand, are formless, based on the interrelationship between light and space. Here, you took the windows of the architecture as an opportunity for the visitors to see the inside and outside spaces as a whole. I think that through light, you give a vision of infinite functionality; could you tell us a little more about what led you to work with light, and your thoughts on light?
Kimsooja
In fact, I first attempted the transition from color to light in 2003, when I used theater lighting for the first time in a collaborative project at The Kitchen, an art space in New York. Since then, I have continued to do so through video projections, which recreate theater lighting in a portable format.
At this "Spotlight Readings" at The Kitchen, organized by Linda Jablonski, the original stage lighting for To Breathe - Invisible Mirror / Invisible Needle was screen-projected for the first time as a stage piece. Before this work, I had introduced light bulbs for the first time in Deductive Object, an early work I created at MoMA's PS1 studio that used objects such as cloth, ladders, and a pasta machine. In “The Tiger's Tail” exhibition we participated together, I inserted a piece of fabric into a hole in the wall of the old warehouse, as both color and substance; installed a bottari piece in the corner of the room; and left a fluorescent light propped up on the wall.
After that, I created To Breathe - A Mirror woman (2006/08) at the Crystal Palace (Museo Nacional Centro de Arte Reina Sofía) using natural light combined with diffraction grating film for the first time. The foundation of all the work of the painting, derived from the crisscrossed surface and structure of the warp and weft threads of the canvas cloth, was transformed into rainbow light through the prism of the nanoscale crisscrossed scratches of the grating film, which for me was the very moment when the fundamental question of painting arose. It was a turning point, and in a sense, from that moment on, my work expanded in concept and dimension from color to light.
My use of grating film is also related to the cross symbols that represent the vertical and horizontal as planes, in terms of the structure of the world, language, and spirit, which I was constantly thinking about and exploring in the late 1970s and early 1980s. I carefully observed and studied Korean architecture, furniture, the structures of the Hangul, and various manifestations of nature. I even wrote my masters thesis on them. It all accumulated for me to consider more deeply the question of flatness, as well as the surface and structure in painting.
Within a centimeter of the diffraction grating film, there are approximately 5,000 vertical and horizontal scratches on an almost nano scale, which diffract light as soon as it reaches the surface, becoming transparent and reflecting to create streaks of light in five different colors. I think it was inevitable that my long-pursued questions regarding structures of the world and the plane led me to the expression of light using diffraction grating films. My journey into light began at that point. So, I would say that the light used by other artists and my use of light have very different contexts. I treated light as a fundamental structure and material more so in the art historical context.
The opportunity at the Crystal Palace was more of a decisive blow, in that I applied to an architectural structure the expressive technique of bottari (wrapping objects with fabric into bundles), which I had already repeated for some time. My perception is that, by wrapping a vacant space, the light encounters the lives of the performers, which in turn makes the artwork embrace the various lives of the people that are living with us.
Sewing and weaving: to breathe and to live
Soyeon Ahn
─ In addition to extending the concept of weaving and using new materials and architectural structures, you have also set forth the premise of "To Breathe" in your work. You have emphasized this premise, seeing the physical space as connected to life, opening the possibility to breathe and feel together in the physical space. Can you tell us about how you have come to explore the concept of "To Breathe"?
Kimsooja
I used grating film because I saw it as a fabric, and therefore conceptually suited for the expression of bottari, or wrapping things with fabric.
In short, I incorporated the concept of "breathing," the incessant intersection of inhalation and exhalation. We consider death to be the moment when the breath ceases, so to speak. So, similarly to sewing and knitting, in incorporating breathing as a phenomenon that traverse boundaries, artworks come to connect life and death, or self and others.
In my work, which always expands dimensions and concepts as vertical and horizontal space, the issue of duality is an important axis that is constantly evolving. Duality I mean here does not end as such, but rather is infinitely generated, transformed, annihilated, mutated, and reinterpreted, which in turn creates different worlds. So, ideas usually come to me suddenly, like a bolt of lightning, and brings about a conceptual evolution in my perception of duality.
Soyeon Ahn
─ Your work inherently has a very universal message, which may feel distant from life as each of us imagine it. Nevertheless, your expression is connected to the realities of life, as if it to live and breathe on its own right. As in "A Needle Woman" series, you the artist give the concept of "breathing" to the artwork, which turns the space itself into a sort of an organism, seemingly involving even the lives of those who experience the artwork.
Kimsooja
To return again to my graduate thesis, which I wrote in the early 1980s; I wrote about the universality and heritability of symbols of verticality and horizontality, as well as cross symbols. I was very intrigued because I had seen how so many artists had worked with the cross symbols in the contemporary art world ever since the emergence of modernism. I researched why so many artists, including myself, came across the cross symbol at some point in their lives, despite contemporary art being about pursuit of originality and uniqueness. This led me to the mandala, the original form of the mind, proposed by Carl Gustav Jung. I applied this concept not only to psychological aspects but also to the plastic arts. In other words, I came to the conclusion that, since the prototype of our mind is a cross-shaped form, we inevitably encounter cross-shaped forms when we strive to reach the essence.
The title of the work "To Breathe" is the result of the simultaneous development of this metaphysical approach and material interpretation in the production process. In the same context, I thought that the bottari work, with its flatness of the cloth and the three-dimensionality of the shape wrapped inside, could convey a metaphysical and material interpretation as an object that incorporates the birth and death of our bodies, our memories, and the joys of life. Through these questions, I believe I have been able to bring the audience and the work closer together. Once again, I can express my attitude toward life and forms of expression through this thought shift: "Weaving is breathing and breathing is living.”
Soyeon Ahn
─ May I ask you a personal question? Your partner, who recently passed away, was a psychiatrist, and I know you two had many conversations with and inspired each other. When I was at the PLATEAU, Samsung Museum of Art, he once came to see my exhibition alone and left a copy of Classic of Mountains and Seas [Shan-hai Ching] with me. Given how interested he was in art, did you ever discuss your thoughts on the human and the universe, the vertical and the horizontal?
Kimsooja
It is true that we have had a great deal of dialogue over the years, but we first met when I was writing my master’s thesis. At that time, we did not discuss art in detail. I think he had very few opportunities to experience art. However, he always lived with the essential questions of life, body, and spirit in mind.
One of my older works, Deductive Object - Remembrance (1991), consists of a small piece of old cloth, tied in a circle on a wooden staff used in hand-stitched rugs for Buddhist monks to sit on for their meditations; propped up against a steel frame with circle decorations, covered with bandages. When my husband saw it, he decided to fully believe in my art and said, "I'm going to use this as a textbook for my psychiatry.”
Soyeon Ahn
─ I am sure that for him, you were someone who could visualize the concepts he had. Your artworks do not reflect any particular religion, but at the same time, they are intricately intertwined with religious elements. The artworks you mentioned, which deal with light, by nature seem to have links with the tradition of stained-glass, since they utilize the glass windows provided in the architecture. I also heard that you created the stained-glass windows for Metz Cathedral in France. I assume that this was a very special experience, distinct from making artworks for an exhibition.
Kimsooja
It was a great honor to be asked to create the permanent stained-glass windows for Metz Cathedral, known as one of the most beautiful cathedrals in France. At the same time, it was a very historic space, so I was under a lot of pressure when it came to making the work.
At first, I tried to create an experimental work with nanopolymer. However, when I actually placed the materials temporarily in the space, the distance from the audience was too great, and it was difficult to show the beauty of the details and the movement of light of the nanostructures. Above all, the cathedral is as an institution that makes decisions based on managing historical concepts, which values and must protect tradition at all costs. So, it was also difficult to get approval to use the new nanopolymer material. In the end, I proposed the alternative of using hand-crafted ancient glass and the newly developed dichroic glass together. This resulted in a better solution than using fragile nanopolymer-encrusted glass, since the dichroic glass emitted a rainbow of colors and changed its appearance as the visitors moved around. It also presented a new way of expression that was different from the classical stained glass, which all meant a lot to me. It was also significant for me because it presented a new way of expression different from classical stained glass. The French atelier Parot, which produced the stained glass, was the team that restored Notre Dame Cathedral. It was a great experience to work with the best collaborators in the production process. At the same time, it was an opportunity for me to introduce glass as a new material in my work. I continue to be inspired by the use of glass and am experimenting with it.
This project was carried out in a Catholic cathedral, but in fact, I would like to understand all religions. Of course, cathedrals feel like a familiar and friendly space to me, as both my and my husband’s families are Catholics for generations, and I attended Catholic schools for a time. However, in deciding on the color of the stained glass, I still applied the five colors of Obangsaek. It is a color system that originally appears in Taoism, Confucianism, and even Buddhism, and represents directions and dimensions. The encounter between Obangsaek and the cathedral is an interesting one, between the rainbow of the West and the colors of the East.
Furthermore, the glass windows of the cathedral were diamond-shaped, which is very meaningful to me, because in Buddhism, the diamond shape symbolizes the completed ego. This juxtaposition of multiple elements according to my own interpretation is a radical approach to a cathedral as a historical monument, but the cathedral was very accepting of it.
Soyeon Ahn
─ In the same way, you used the Obangsaek colors in your work Solarescope (2019), which was installed in Notre Dame Cathedral as part of the exhibition "Traversées / Kimsooja" (2019) in Poitiers, France. My understanding was that Obangsaek has an aspect of embracing matters that intrinsically cannot coexist. Our discussion has reminded me of the work Lotus: Zone of Zero (2011), which you and I installed in front of the Gates of Hell at the PLATEAU, Samsung Museum of Art. Sounds were emitted from a huge burning Buddha hanging from the ceiling, and you played chants of various religions in unison, right?
Kimsooja
Yes, that's right. Lotus: Zone of Zero at the PLATEAU, Samsung Museum of Art, played Tibetan Buddhist chants, Gregorian chants, and Islamic chants simultaneously, and visually showed a mandala-like burning Buddha. In a sense, it showed the tolerant attitude of Buddhism. The work expresses the hope that all religions will be reconciled and turn to an ideal world. The work was also made after the world was shaken drastically by many wars and conflicts caused due to religions. It was our message of coexistence and peace for all peoples of the world.
The work at Poitiers began with Solarescope, a projection mapping of the exterior walls of a war-torn and ruined building in gradually changing colors in all five directions, which was first shown at the 2nd Valencia Biennial in 2003. “Solarescope" means "knowledge of the earth”. By projecting light onto the walls of the building and emphasizing the walls, the intention was to draw attention to the existence of other spaces and to show the coexistence of the bifurcated spaces. This was my initial intention, but after the presentation at Notre Dame Cathedral, I made a donation so that the film would be shown every Christmas.
Soyeon Ahn
─ Your artwork Earth - Water - Fire - Air (2009), which debuted at Atelier Hermes in Seoul in 2010, was the first instance where your work with light expanded from a space of limited scale to an unlimited one. It was one of your most fundamental artworks, yet one that encompasses your practice to date, as it deals with nature itself, or the four elements of nature. The titles of each of the four elements (earth, water, fire, and wind) were embedded with deep meanings, and you presented how the four elements weave and interweave with each other.
Kimsooja
Yes, the four elements are the concept that water is not just water and fire is not just fire. They are in an interrelated dynamic, like how water always relies on fire, leaning on the wind, and depends on the earth. As the Buddhist theory of karma tells us, they are one, but they do not exist as one.
For example, I thought about water and earth in this way. First, there is water, namely the sea, which is constantly filled with still water. Then, as I look at it, I think of a mountainous landscape and find the existence of the earth there. This contemplation has developed into a concept that illustrates the relationship between nature and matter, which is important to my work.
Needles and Bottari: The Contraction and Expansion of Life
Soyeon Ahn
─ While engaging in a dialogue about light, space, and nature, I can't help but think of the needle and bottari (fabric bundles) that reflects the core philosophy of your practice. You have already mentioned it in numerous interviews, but I would like to talk about the needle and the bottari, the starting point and the core idea for your work. The atmosphere of the Korean art academy in the 1980s was rather insular, standardized and male-centered. What was it that led you to your current practice? Please tell us about what the circumstances were like when you first started out as a young artist.
Kimsooja
From the mid-1970s to the early 1980s, I attended Hongik University and its graduate school. At that time, professors associated with the Dansaekhwa movement had strong influences at the university, which meant I was also influenced by them. On the other hand, I had been experimenting in more avant-garde work since the late 1970s, making performative photographs through my body. I was very active in presenting alternative perspectives on certain issues, asking questions, and occasionally raising issues at the university, which in part influenced my work and the work of my peers.
At the time, I was also attempting to interpret my concerns and questions about the world, as well as my interest in the structure of the two-dimensional plane, through all aspects of my life. At the same time, I experimented with a variety of materials, wondering how I could express myself in my own language, a language that had never been used in art history before. But I could not find a sense of unity between my will and the medium or methodology. One day, while sewing a bed cover with my mother, I had a breakthrough encounter with the needle and thread.
As I have mentioned in other interviews, the moment the needle finally reached the soft fabric, I truly felt a shiver as if the energies of the entire universe were hitting me over the head and riding my fingertips to the very end of that fabric and needle. That moment when the needle and the sky met was exactly the starting point for confronting all the structural issues, including vertical and horizontal, that I had been struggling with for so long. Then I said, "Oh, this is it!" I had an epiphany and started doing needlework. In doing the needlework, I very impulsively and spontaneously went to the process of wrapping objects, or bottari, which in fact developed intuitively. I was not thinking of a concept or anticipating a result, but was driven by an energy that said, "I have to do it," and I immersed myself in bottari intuitively.
For example, there is a ring-shaped work entitled "Untitled" (1991). I used bent, square frames that form the circles as a canvas. The interconnection of the canvases created a ring, which became a structure that sewed or wrapped the space. This developed into the bottari.
In fact, the idea of using bottari did not come from the wrapping I was already doing in my work. But rather, one day I saw some bottari lying around that inspired me. As I continued to work with bottari, I realized that my continued expression of wrapping was, in a sense, the same in nature as bottari, which is wrapping with fabric. That is, I came to the realization that the act of wrapping objects with fabric is, after all, the same as needlework. Since needlework is the act of wrapping a flat surface that is fabric, I thought that it could also be applied to wrapping objects.
In other words, everything began as a combination of the specific energy of the time and my personal experience, but at the same time I realized that there was a definite structural logic that had been transformed to make it all happen. All of this has made the core of my practice and become the source of my work, and I believe that works such as the "To Breathe" series came to take place.
Soyeon Ahn
─ In fact, there was a major change of direction in the history of Korean art through the 1970s to the 1980s. Unlike today, where diversity is the order of the day, there was a major trend toward Dansaekhwa, a modernist form in Korea at the time, but it was supplanted by popular art in the 1980s. It was a time when even the major currents in art were overshadowed by other currents, and it was almost impossible to try something different. In your case, I think you have consistently been concerned about and rebelled against the limitations of modernism and found a breakthrough, but you were not swallowed up by the great patriarchal current of popular art. Popular art played a role in reflecting the spirit of the times, but it also failed to offer any alternatives for the art world. You, on the other hand, have sympathized with the spirit of the new era, such as the currents of feminism and nomadism, while incorporating them into artistic forms you have been developing for a long time. I think that is why you have followed a very meaningful path as an artist.
Kimsooja
I am very resistant not only to popular art, but also to collective flows and actions, which does not suit my temperament. In fact, I collaborated with some of the core members of the popular art movement when I was in college, right at the beginning of the movement. In the end, however, I chose to work alone. When I was at university, I was of course influenced by Dansaekhwa and the male-centered atmosphere, but I think that my experience with the Korean avant-garde movement and my continued interest in experimental art, as well as my participation in activities such as independent exhibitions, made this decision possible. And I was able to keep myself from the Dansaekhwa professors and artists to bring in younger artists to follow their path, because I could not see Dansaekhwa itself as a global and universal expression. I valued the experimental and avant-garde attitude in art. That being said, it is true that the two axes of Dansaekhwa and popular art have had a real influence on the Korean art world. So, I had no choice but to follow my own, solitary path.
Soyeon Ahn
─ So the monotonous atmosphere of the art world brought a sense of rebellion out of you as an artist, which led to an opportunity to seek your own path. You said that you did not come up with the idea of using bottari from the act of wrapping, but rather got inspired by "seeing" what was already there. Perhaps that is why you always give the title Deductive Object to your bottari and related artworks. Could you elaborate on why you gave them that title?
Kimsooja
Actually, I first used the title Deductive Object in the early 1990s in the process of creating the wrapping series. At the time, I was interested in discovering cross structures in things like farm tools, everyday objects, and at my home, and the wrapping process was a reaffirmation of those structures. I used this title, Deductive Object, in the way of reaffirming, rather than transforming, structures, and returning them to their original form again.
There are many bottari in my studio. But it was the moment when I happened to look down in my MoMA PS1 studio and saw a red bottari, that I began recognizing them as avant-garde objects. There had been many of them around me before that, but I guess I had not been able to recognize them that way. The bottari was a one I had wrapped to carry something, but at that moment I discovered its surprising meaning and formal elements.
Soyeon Ahn
─ I think that the bottari have a meaning in themselves as finished objects, but they also have the quality of expanding the surface of contact with the audience through the act of bundling and unfolding them. You have also done several performances in which the audience can participate, but each one has a different aspect. At the first Gwangju Biennial in 1995, the scattered bottari and clothes on the hill, dedicated to the victims of the Gwangju Uprising, left such a powerful impression on me that I am still emotionally moved to this day. On the other hand, at the Setagaya Art Museum, and other museums overseas, a more fun image is highlighted, such as the coffee tables wrapped in large bedding cover fabrics. In "MMCA Hyundai Motor Series 2016: KimSooja-Archive of Mind" (Seoul), the audience was encouraged to actively participate in the exhibition further more, where some parts of artworks were made by the audience. I am curious to know what the audience means to you.
Kimsooja
Before I answer your question, let me first explain about the bedding covers I used for the particular bottari. The bedding covers used for the coffee tables at the Setagaya Art Museum are commonly used by newlyweds in Korea, and I used mainly discarded ones. Speaking of which, the bedding covers are made of eye-catching, bright colors, and the complementary color contrasts make the colors stand out even more from each other, creating a spectacle of color. The covers also contain Chinese characters and numbers symbolizing things like longevity, love, happiness, wealth, and fertility, as well as symbols of the happiness we experience in life, such as flowers, butterflies, deer, and lucky purses. This is a heartfelt gift typically from the bride’s mother, but in reality life does not always work out like that. It can be a bundle of regrets instead. Life is not always beautiful, glamorous, and happy, so even though the bottari cloth is glamorous on the outside, it has its own contradictions. In fact, the bedding covers on the coffee table at the Setagaya Art Museum can be seen as a presentation of the contradictory reality of life.
At the same time, I presented on the same single plane some things that are forbidden together – like eating in a bedroom – as a painting. I developed the concept of invisible wrapping, by associating people's activities of meeting, eating, and interacting with each other in a rectangular space as if it were visible. I thought of the bottari as frames for life. The wrapping and unfolding of bottari is akin to how our lives fold and unfold.
That is why the audience accepted the happenings around the bedding covers at the Setagaya Art Museum, and at the Gwangju Biennale walked around old clothes and bottari that were tied and untied while listening to John Lennon’s “Imagine.”
I embrace the participation of the audience, and watch their actions through a third person’s eye. That is also another way of looking at my work, if you like. Although I did not photograph the audiences in these artworks for the sake of protecting their image rights, I saw all the actions of the people in the space, and their lives, as an unpredictable performance. Perhaps it was these considerations that further enabled audience-participatory works such as Archive of Mind (2016/17/19/20).
The “meridian”: the rebirth of bottari
Soyeon Ahn
Today, we have been moving back and forth in your timeline, deepening our understanding of the concepts of these important works, but I would like to conclude our conversation by returning to the present and discussing a recent exhibition. In February of this year, we heard that you had a solo exhibition called "Meridian" in a very special space in the Puerto Escondido region of Mexico. And I understand that it was the venue’s inaugural exhibition. In addition to introducing the space, could you talk about the exhibition concept and how you responded to that space?
Kimsooja
Actually, the name of the exhibition space, "Meridiano," means the "meridian" in Spanish. The space is very minimalistic, bright and clear, and beautiful, but the verticality and circularity of this "meridian" proposition itself was very inspiring to me. I was very intrigued, but I needed to consider how to interpret and present it.
At the time, I did not have time to see the venue in person. I had to be very careful in making decisions and presenting something under such circumstances. I made a choice not to put out any ideas until I actually went to the site. Instead, I discussed it with Boris Vervoordt of Axel Vervoordt Gallery, and we agreed to "take a risk" and visit the site for 10 days to think about it. If I came up with some ideas, I would suggest artworks, and if not, we would come up with a plan on-site.
During the ten days, I listened to the sound of the waves, had walks, looked at the trees bathed in the scorching Mexican sun, and the sky at night. In experiencing all this, I found in this minimal space the lines drawn by the sun, the point where the sun and meets the spave, and the geometric lines of light and shadow formed in a constant state of change.
I wanted to be alone in the empty space before the exhibition began, as if I were performing a ritual. I wanted to manifest the geometry of the meridian line by manifesting my own vertical presence in response to the changing angles of light at the point where the sun meets the earth. This became a series of photographed performances. In other words, it was my own personal ritual of encountering a space.
The only thing I did after that was to paint a rock I found in the area black, and placing it at the entrance of the space. I wrapped the rock, an object of maximum temporality and materiality, by painting it black.
This could be considered the second painting in "Deductive Object," after the one using five colors presented at "MMCA Hyundai Motor Series 2016: KimSooja-Archive of Mind" exhibition (2016) we mentioned. This was the first time I was able to combine wrapping and painting, and I think it was the first time I returned to painting. Also, by wrapping the rocks in black, the bottari was reborn.
On the other hand, I was very worried about what to show inside the gallery space, but when I fell asleep after much agony, I had a dream in which fire appeared by chance. This led me to visualize elements of fire in contrast to rock, namely ephemerality, vaporization, and the geometry of vertical annihilation, through the expression of creating a fire in the space.
The process of creating fire was also interesting. First, you lay down a vector structure, cover it with sand, then ground it flat again, before stacking more wood on top of it, as if building a pyramid. The smoke from the fire was then sent up into the sky, and light entered through the open ceiling, creating a geometry of light and smoke where the light meets the end of the ceiling. It became a performance in which everything eventually returned to nothing, as the work formed and then disappeared, with myself also disappearing at the end.
The meridian, the great circle that connects through the celestial poles that is perpendicular to the Equator, is a line that never ceases to exist. Through the meridian, I was able to express the geometric and cosmic relationship between the earth, the human body, and the sun. The verticality of such a meridian is represented instead by our bodies. In a way, this is also in continuum with the "cosmic egg," a Deductive Object inspired by the black Brahmananda stones. Such sequence of events was an interesting experience for me, as if bottari was reborn.
Soyeon Ahn
In the space embedded with the concept of meridian, you have so succinctly and clearly embodied the encounter between time and space; light and shadow; fire and air; and nature and humans. The performances that unfolded in this space, A Needle Woman and Deductive Object, seem to encompass the core of your art. I look forward to continue witnessing your practice that expand and inspire the viewer's thinking.
─ Edit by Kimsooja Studio 27 Sep. 2023
Malene Vest Hansen (Art Historian, Associate Professor, PhD)
2023
A certain memory is still clear as day to the Korean artist Kimsooja many years after the fact: one day when she was helping her mother sew bed covers, a common occupation for Korean women, a shock ran through her body as the needle punctured the fabric. As she sewed it felt like energy from the whole universe was collected in the tip of the needle: she became the energy conduit of the needle's circular motions; the needle which simultaneously hurts and heals.[1] This image can be seen as formative to Kimsooja's oeuvre with her examinations of textiles and textures, her exploration of the senses, symbols and structures in art, gender, and culture.
When you experience Weaving the Light, which Kimsooja has created for Cisternerne, with spectral patterns of rainbow light dancing in the damp dark chambers beneath Søndermarken in Frederiksberg, the new immersive installation can perhaps seem miles away from Kimsooja's memory of the electrifying encounter with the fabric during intimate housework with needle and thread. However, there are clear threads that can be drawn through the conceptual artist's oeuvre across the decades; here I will follow significant tracks through Kimsooja's examinations of visible crossings in the fabrics of the world.
The title Weaving the Light is characteristic of Kimsooja, an inter- weaving of concrete and abstract symbolic meanings. The title establishes a duality of the material and static with the immaterial and procedural. As for the technical side, we encounter a rather simple idea in Cisternerne: In the underground chambers, a series of transparent acrylic sheets have been hung up, whose smooth surfaces are covered with diffraction grating film. In the damp darkness of the old water reservoir, the new textures of the acrylic sheets act as prisms to the electric light sources that are placed behind the screens. This light is visibly split into the colours of the rainbow and because the film is woven into nets of varying density, the light forms different patterns. The title is therefore descriptive: The installation consists of the weaving of light.
But even if it seems simple to explain at first what we are seeing, it is not so easy to catch the meanings that open them- selves to us when we sense the dance of the light patterns in the installation. For what is light? How do we sense it? And how do we understand the colours of the light? Weaving the Light becomes like a laboratory of light and opens to interpretations of wonderful sights and visions in the subterranean darkness. An archive of light is hiding in the old, damp water reservoir beneath Søndermarken.
Kimsooja sees her acrylic sheets covered with diffraction film as a kind of canvas on which she paints with light. Kimsooja has become a well-known figure on the global contemporary art scene through her work with a diverse array of materials and media and is typically characterized as a conceptual multi- media artist. But her insistence on using the canvas in a kind of extended painting is significant.
Kimsooja was born in 1957, grew up in Korea, and was educated as a painter in Seoul where she studied Western painting. As such she is schooled in the tradition of the modern Western concept of art in a Korean culture. In Korean culture the colour spectrum known as obangsaek (a direct translation would be five-orientation-colour) plays a very central role – it figures in traditional art, and everywhere from cooking to architecture, fashion, and textile patterns.
Obangsaek consists of the five colours: blue, red, yellow, white, and black, which are to be balanced to achieve a good life, a healthy body, and a good society. The five colours each symbolize a direction – blue is east, red is south, yellow is centre, white is west, and black is north – but they are also interpreted as symbols of what is considered the five fundamental elements of life: wood (blue), fire (red), earth (yellow), metal (white), and water (black). Obangsaek permeates Korean art and culture through the centuries and this too is a part of Kimsooja's palette.
But Kimsooja works with rather than in the tradition – or rather traditions, plural. She works transculturally and chooses her subjects, patterns, and media from the canon and culture of Asia and Korea as well as the West.
She moulds familiar signs, symbols, and canons into new patterns, she reinterprets prescribed shapes, discreetly but disobediently, so that the usual and formal is seen in a new light, familiar yet alien.
Kimsooja is a Korean pioneer on the international art scene. Through the decades she has travelled, lived, and worked trans- nationally, lived in Seoul, Paris, and New York, and as a nomad artist she embodies globalization. Kimsooja has thematised nomadic refractions between nations, cultures, and traditions in a series of works focusing on the bottari: the Korean word for a bundle consisting of wrapping cloth tied around belongings so they can be brought on the road. Kimsooja has worked with bottaris, made from brightly coloured traditional Korean bed covers, through paintings, photos, videos, and installations where the beautiful patterned fabric bundles envelop memories, loss, and unknown goals.
Like many other female artists' work with textiles, Kimsooja's work with fabric and sewing can also be seen as 'subversive stitches', as the British feminist art historian Rozsika Parker has termed it.[2] Textile work wasn't traditionally considered as fine art on par with painting and sculpture, but rather as typically female handicraft and labour. Art works involving textile can therefore be said to bring both mundane as well as gendered connotations with it to the field of contemporary art. With that said, Kimsooja’s motivation behind working with textile was not to address it as a textile art form, but instead to investigate the historical Western canvas as a textile, circling the question of the tableau, the painting, and the structure of its surface.
Still, Kimsooja searches the gendered and cultural connotations – she has therefore changed her name from Kim Soo-Ja to Kimsooja, a name that doesn't appear to signal gender or marital status.
Transcultural weaving is the theme in a series of Kimsooja’s first film Thread Routes, where Kimsooja focuses on traditional textile cultures and techniques across the globe – in South American, European, Indian, Chinese, North American, and North African local workshops.
In parallel with these explorations, she has examined the more abstract interweaving of forms and shapes. Here, architecture is what is being transformed by the dance of the rainbow prism, buildings wrapped in colours as if they were enormous bottaris into which we as visitors can immerse and explore.
In 2006, for the Palacio de Cristal in Madrid, Kimsooja created To Breathe: A Mirror Woman, which had the glass building wrapped in diffraction film and the floor covered with mirrors such that the site-specific installation transformed the exhibition building into a space vibrating with dancing colours of the rainbow, along with rhythmic breathing sounds in the auditory piece The Weaving Factory. 'Painting' with the 'immaterial' prismatic rainbow colours is something Kimsooja has worked with variations on in a series of site-specific installations, among them several Catholic churches, where the connection to traditional Christian metaphors of divine light in the stained-glass mosaics clearly link Eastern and Western colour symbolism. The works of Kimsooja thereby circulate methods and elements that appear again and again in new constellations in new places – repetitions such as the basic rhythmic movements of life, like breathing and weaving.
Weaving the Light is the latest in a series of installations where Kimsooja expands something site-specific into a new meaning. Kimsooja explains that she is simply responding to a place when she works with a specific location.
She is a transformer; she receives and reacts to what she can see the place is calling for.[3] This is in line with the role of the artist as the British art historian and writer John Berger describes it in the text Steps Towards a Small Theory of the Visible.
According to Berger, the idea of understanding the artist as a 'creator' is a modern illusion. The artist is rather a 'receiver' who relates to the world and collaborates with the observer who meets the work.[4] When Kimsooja works with painting in a generalized scope, she examines the visible and invites us to join this examination.
Daylight has played an essential role to the dance of the prism light in Kimsooja's earlier site-specific installations with diffraction film; the sun has set the installations in motion with its daily walk across the sky. In the gloom of Cisternerne we have left daylight behind and descended into the subterranean darkness.
Here there is no moving light from the sun, here it is the movement of electricity which puts light in the prisms. In Cisternerne we, the visitors, become 'performers' in Kimsooja's immersive installation. As we walk around the damp, dark, and echoing halls we become moving shadows making the light wave in the colours of the rainbow when it is reflected in a surface of water. It feels strange yet simple, like walking through a dream vision, without a sense of where you are, sensing ourselves in a subterranean sea of lights, as we together weave the light in Kimsooja's archive of lights.
[Note]
[1] Malene Vest Hansen: interview with Kimsooja, Frederiksberg 17 January 2023.
[2] Rozsika Parker: The Subversive Stitch: Embroidery and the Making of the Feminine, 2019.
[3] Malene Vest Hansen: interview with Kimsooja, Frederiksberg 17 January 2023
[4] John Berger: Steps Towards a Small Theory of the Visible, 2020, s. 84.
A conversation between Keumhwa Kim (KHK) and Kimsooja (KSJ)
2023
KHK: Dear Sooja, you have been described by many art critics as a global nomad time and again. The meaning of travelling has changed a lot in recent years, especially due to the Covid pandemic. How has this affected your artistic practice? And how important is the experience of being on the road to your work?
KSJ: The last four years have been an interesting shift in how to make art in times of a pandemic, both in terms of my own experience as a nomadic artist and with regard to my installation practice in situ. For my site-specific installations, I would normally travel there to get an idea of and to feel the physicality of the site. Instead of physical presence, however, I rather had to use my imagination and sense of space, judging from the photos or videos provided. Moreover, I would install pieces via video calls, com- municating with the installers and curators, even for large-scale installations that need a great sense of precision and a long development process. This was sometimes possible thanks to my sense of space from memory, but often with great collaboration and support from the curators and community members. Still, I cannot deny the benefits of travelling, as it
has frequently been my source of inspiration and experience in the world, often giving me new artistic insights. In the last few years, we had to spend a part of our lives in virtual reality, but today we may also have to travel less to save the planet and our limited energy. After the process of globalisation, which opened up the world and made it accessible from everywhere, we are finally appreciating locality.
KHK: Let’s talk about bottari, which gives the exhibition its title: (Un)Folding Bottari. What is your personal connection to bottari?
KSJ: I noticed that bottari have been used in Korea and other Asian countries as a typical carrying item, and even as a means of protecting important government and legal documents. I have also come to notice that bottari are universal objects, used for any means of migration as well as in war zones in Europe and around the world, as it is the easiest, lightest, and simplest way to pack things in urgency. It is interesting for me to see the coincidence of linguistic similarities of bottari (beginning with b or bo) for instance in Turkish (bohça), Mongolian (bagts), Hindi (bandal), Vietnamese (bó), Nepali (bandala), English (bundle) or German (Bündel). It was a ground-breaking moment when I discovered that this everyday making and method- ology of bottari would become my core artistic inspiration and new vocabulary. A number of bottari have been in my studio ever since 1983, as I have been keeping them to store my sewing materials, such as used clothes and bedspreads. One day when I was at the PS1 residency in 1992, I was sitting in my studio. Suddenly I turned around and discovered a unique red bottari sitting on the floor that looked completely different from the everyday object I had been storing and using. It was a sig- nificant and unique object, consisting of different elements of visual languages and meanings; a wrapped two-dimensional painting, a three-dimen- sional sculpture held together by a knot. I started making Bottari as a three-dimensional sewing prac- tice by wrapping, and I wrapped Bottari with frag- ments of used cut fabrics of colourful traditional clothes until 1993, then with used everyday clothes since I returned to Korea when I realised that bottari are not only aesthetic but also realistic objects.
KHK: The exhibition displays the multimedia trans- formation of your concept of bottari: starting from Bottari (2017), wrapped in ybulbo, Korean bed sheets, to Bottari 1999 – 2019 (2019), the transport container painted in obangsaek, and Deductive Object – Bottari (2023), new porcelain work, how would you define the concept of bottari in your artistic practices?
KSJ: For me, a bottari is an essential object that rep- resents our body, the condition of humanity, a fun- damental aesthetic and formal aspect that retains spatial, social, political and temporal dimensions. I see our body as the most complicated bottari, and the place of ybulbo, a Korean bedspread I use as a wrapping cloth, as the frame of our life; the place where we are born, love, dream, suffer, and die. It contains so much, so many different issues that we deal with. I have wrapped and unwrapped bottari and I am still discovering new aspects of this fluid canvas and sculpture.
KHK: Based on the collection of the Korea Gallery, you developed a new work for the show: Deductive Object – Bottari, inspired by an icon of Korean art: a moon jar. Why did you decide to derive Bottari from moon jars?
KSJ: When I saw the Korean gallery for the first time, I was quite surprised to see the poor collection of ceramics and the small gallery space compared to other Asian countries such as China, Japan and India etc. I felt the urge to bring large Korean moon jars, representative of Korean traditional treasures with a humble presence of beauty and generosity, portray- ing the Korean spirit. While thinking about a possible loan of the moon jars from the National Museum of Korea, I decided to collaborate with the ceramic factory Staatliche Porzellan-Manufaktur Meissen to make them in my own bottari concept and form. Ever since my collaboration with the Sèvres Ceramic Manufacture in Paris (2019), I have been concep- tualising the moon jar as a Bottari, but I have never installed a Bottari in a display case to physically jux- tapose it with the moon jar. In fact, creating a direct visual relationship between a Bottari and a moon jar at the Humboldt Forum was a very effective and interesting way to present Bottari; one with fabric, the other with porcelain.
KHK: What aspect of the moon jar interests you personally?
KSJ: For me, it symbolises gentleness, abundance and an embracing generosity that is ready to hold everything in humble presence, like a moon. It also reminds me of a woman’s body, especially the belly of a pregnant woman wearing a traditional long white Korean skirt with a wide band around the chest. In the sense that a moon jar is a container, I immediately relate it to the functionality of my Bottari as a container that also has a width that can be embraced with both arms. I rather emphasised the inner emptiness by opening only a tiny hole, with- out leaving any functional space as with traditional moon jars, and without adding any other elements that the traditional Korean moon jar shape has, such as the opening band part and that of the base. My idea of conceptualising the Korean moon jar as a Bottari stands alone with its own basic formal ele- ments; the surface as a wrapped fabric, the orbit of horizontal and vertical movement to form the shape as a contemplative process of life and time. The tactile physicality of the moon jar makes it the other, and the wrapped invisible dark void as the unknown black hole, revealing a larger question about the material and immaterial, existence and transience, even cosmic questions similar to Bottari.
KHK: To Breathe: Mandala (2010) is presented by means of two different sound channels: the artist’s voice on the one hand and a mix of Gregorian and Tibetan chants and the Islamic call to prayer on the other, forming an expansive and site-specific dia- logue with the Bodhisattva sculpture. What was your intention to bring both sound channels together?
KSJ: My initial concept was to use the typical Amer- ican jukebox loudspeaker as a mandala. While the first edition only played Tibetan mandala chanting as a single channel sound in 2003, the Iraq war broke out in the same year. When I noticed how much destruction, hatred and violence was created all around the globe, I decided to comment on it in a spirit of criticism, also suggesting a harmonious and peaceful coexistence by overlapping the three representative religious chants. Installing it next to the Bodhisattva together with To Breathe: Mandala, which plays my own breathing and humming performance, gives an even stronger presence of existence and peace, although I did not intend to emphasise Buddhism as the main religious prac- tice among others.
— From the Solo Exhibition Kimsooja: Wrapping the Void, Humboldt Forum, Reader, pp.20-23.
2023
— From the Solo Exhibition Kimsooja: To Breathe, Galeries Lafayette Paris Haussmann, Bookelet